일본 여행을 검색하다 보면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검은 점이 박힌 붉은 호박, 노란 호박 사진이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조형물이 바닷가 풍경과 어울려 멋진 연출을 만들어내는 나오시마의 명물이다. 작은 섬 하나를 예술 작품으로 꾸민 直島_Naoshima를 10년만에 곧 다시 찾아간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반만의 일본 여행이라 온 가족이 설레고 있다.
말 그대로 땅속에 지은 地中美術館[Chichu Art Museum]이 있는 나오시마 섬은 부속 도서를 포함한 면적이 14km2 정도에 인구가 3,000명 정도인 조그만 섬이다. 이 섬이 미술관으로 꾸며진 역사는 약 30년 정도로 그리 길지 않다.
섬 直島_Naoshima
위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혼슈와 시코쿠 사이 瀬戸内海_Setonaikai에 있는 섬이다. 지리적으로는 혼슈의 岡山県_Okayama현에 더 가깝지만, 행정구역 상으로는 시코쿠의 香川県_Kagawa현에 속해 있다. 다리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섬이어서 배로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는 배는 오카야마현 玉野市_Tamano시의 宇野港[Uno Port]에서 페리로 약 20분 또는 시코쿠 高松港[Takamatsu Port]에서 약 50분이다. 2012년에는 시코쿠 여행 중에 다카마츠항에서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우노항에서 들어가기로 했다. 자동차와 함께 배로 들어갈 수 있으니 렌터카 여행도 가능하다. 배편 예약은 아래 site에서 하면 된다.
四国汽船株式会社 https://www.shikokukisen.com/
나오시마에는 여객선이 들어가는 2개의 포구 宮ノ浦_Miyanoura와 本村(Honmura)가 있는데, 미야노우라 포구로 들어가는 배를 주로 이용한다.
섬 안에 자동차를 가져오지 않으면 섬을 도는 셔틀버스나 자전거 등을 이용해야 한다. 섬내 지도와 관련 버스 노선, 시간표 등은 아래 웹페이지의 시간표를 참고하자. 나오시마쵸에서 운영하는 버스는 直島町営バス라고 한다.
https://benesse-artsite.jp/access/naoshima/
전기자전거 대여도 가능해 체력을 아끼며 다닐수 있다고 한다. 2012년에는 다카마츠항에 차를 놓고 들어와 버스를 타고 다녔다. 더운 여름이어서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섬은 근대에 금속 제련 시설 등이 들어서며 산업화와 침체기 등을 겪었는데 지금도 섬 북쪽 절반은 제련소 등 산업 시설이 있다. 그래서 관광은 주로 섬 남쪽 절반이다. 섬이 침체기에 들어선 이후 어떻게 살릴까 하는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당시 나오시마 촌장과 ベネッセコーポレーション[Benesse Corporation] 창업자 후쿠타케 테츠히코의 의견으로 섬을 문화적인 장소로 만들기로 하고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 安藤忠雄[Ando Tadao]의 마스터 플랜으로 섬을 가꾸기 시작한다. 1989년 直島国際キャンプ場[나오시마국제캠프장]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1992년 호텔과 미술관이 합쳐진 ベネッセハウス[베네세하우스]를 열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이 나오시마 문화촌 프로젝트의 이름이 나중에 “Benesse Art Site Naoshima”가 된다.
1998년 家プロジェクト[집프로젝트]를 시작하고 2004년 地中美術館[Chichu Art Museum] 개관, 2010년 李禹煥(リ ウファン)美術館[이우환미술관] 개관, 2013년 ANDO MUSEUM 개관, 2016년 옆 섬에 豊島シーウォールハウス[Teshima SeaWall House] 개관까지 그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Benesse Art Site Naoshima”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benesse-artsite.jp/about/history.html
https://www.benesse-artsite.jp/access/naoshima/benessehouse.html
ベネッセハウス Benesse House
베네세하우스는 “Benesse Art Site Naoshima”의 핵심 시설로 숙소와 미술관이 합쳐져 있다. 본관인 ミュージアム[Museum]가 1992년에 들어서고 이후 숙박동인 「オーバル」(Oval, 오발), 「パーク」(Park, 파크), 「ビーチ」(Beach, 비치) 그리고 레스토랑인 「テラス」(Terrace, 테라스) 등이 추가되었으며, 건물 안팎으로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호화로운 시설에 맞춰 그 숙박료는 매우 높아서 웬만한 특급호텔을 넘는다. 나중에 이 시설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함께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한 번 묵고 싶은 곳이다. 숙박을 하지 않아도 전시된 작품은 유료로 관람할 수 있다.
地中美術館 Chichu Art Museum
말 그대로 땅 속에 지은 미술관이다. 위 사진처럼 땅 위쪽으로 연결된 부분이 있어 자연 채광 등이 그대로 작품이 되는 구조이다. 지난 2012년 더운 여름에 어린 두 딸과 함께 미술관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 아티스트와 건축가가 서로 구상을 맞추며 작품과 공간을 만들어낸 이 미술관이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미술관 입장은 15분 간격 8명 제한으로 한다. 따라서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요금도 2,100엔으로 작지 않은 금액이지만 15세 이하는 무료이다. 즉 중학생까지 무료. 일본에서는 이런 시설에서 한국보다 훨씬 나은 학생 우대를 제공한다.
이번 방문에서는 첫날 저녁 나이트프로그램을 추가로 보려 한다. ジェームズ・タレル (James Turrell)의 작품 “Open Sky”를 일몰 시간에 맞춰 45분간 정적 속에서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금/토요일에만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이번에 마침 토요일 방문으로 맞출 수 있었다.
미술관 안에서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벽에 걸린 회화나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는 보통의 미술관과는 달리 공간 자체가 작품인 경우가 많고, 미술관 전체가 작품이기 때문에 이동하는 통로 등도 관심을 가지고 보면 좋다. 주요 작품과 작가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아래 site에서 확인해 보고가면 좋겠다.
https://benesse-artsite.jp/art/chichu.html
李禹煥(リ ウファン)美術館 이우환미술관
이우환? 한국 사람 맞다. 한국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평론 및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일본 현대미술의 큰 흐름인 「もの派 = 物派」(모노파)를 이론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2010년 나오시마에 미술관이 열리고 이후 두번째 개인 미술관으로 2015년에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인 이우환 공간(Space Lee Ufan)이 생겼다. 2019년 이우환공간에 BTS RM이 다녀가 유명해졌다는 얘기가 있는데. BTS의 영향력이란 참.
마치며
나오시마는 매우 작은 섬이다. 그 안에 숙박 시설도 매우 제한적이고, 마트도 일찍(오후 5시?) 닫는 한 곳 밖에 없으며, 편의점도 하나 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일찍 닫는다고 한다. 시끌벅적한 레저를 즐기는 곳이 아닌, 미술과 자연을 감상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곳이다. 지중미술관이 자연을 해치지 않기 위해 땅속으로 들어가고, 베네세하우스는 아름다운 세토내해(瀬戸内海)를 바라보며 주위 풍광과 어우러져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AirBnB로 예약한 일본 가정집을 개조한 숙소에 묵는다. 따뜻한 남쪽(위도 상으로 부산보다 남쪽이다.)이지만 다다미방의 추위가 약간 걱정이다. 10년 전에는 숙박하지 않고 다녀오는 일정이어서 지중미술관 관람 정도 밖에 못했지만, 이번에는 3일 동안 머물면서 섬을 두루 살펴볼 계획이다.
瀬戸内海__Setonaikai (Seto Inland Sea)
일본 혼슈 서쪽, 규슈, 시코쿠 사이에 둘러싸인 바다. 세토내해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조류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大鳴門橋(Onaruto Bridge, 혼슈 효고현과 시코쿠 도쿠시마현을 연결하는 다리) 아래에 강한 조류와 큰 조수 간만의 차이로 인해 渦潮_Uzushio (소용돌이)가 생긴다. 다리 바닥을 투명하게 하여 이를 관찰하는 관광코스가 있다.
草間彌生 Kusama Yayoi
나오시마의 명물 빨간 호박, 노란 호박의 작가. 물방울 무늬(일명 땡땡이 무늬)를 이용한 작품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四国Shikoku'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코쿠 험한 산속, 이런 코티지에서도 묵어 봤습니다. 龍宮崖コテージ Ryugugake-Cottage (1) | 2023.01.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