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여행하며 다양한 숙소에 묵어 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숙소 하나를 꼽으라면 이 곳이다. 약간은 무서운 경험을 했던 숙소여서 꼭 글을 남기고 싶었다. 2012년 여름 四国_Shikoku 여행 일정을 짜면서 험한 계곡의 멋진 경치로 유명한 大歩危_Oboke와 小歩危_Koboke를 본 후 지낼 숙소를 찾다가 시코쿠 중앙부 험한 산속의 숙소를 예약 사이트에서 발견하여 잡았다. 당시에 예약 확정을 위해 전화 통화가 필요했는데 일본어를 잘하는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그의 말이 “사투리가 심해서 대화가 어렵다. 예약은 잘 잡혔다”였다. 어느 나라나 지역 사투리가 있지만, 시코쿠 그 중에서도 험한 산속 마을 사람의 말은 사투리가 매우 심했다는 얘기다.
그 숙소의 이름은 龍宮崖コテージ 또는 竜宮崖公園・コテージ (Ryugugake-Cottages)
이 숙소에 대한 자료를 뒤늦게 찾다 2017년에 올라온 유튜브 영상을 발견했다. 이 영상으로 이 숙소가 얼마나 험한 곳에 있는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 특히 바로 옆 계곡이 매우 심한 경사로 깊다. 이 V자 계곡이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인데 위에서 계곡 아래까지 내려가다 중간에 포기할 정도록 그 깊이가 대단했다.
위치로는 시코쿠 섬 한가운데 깊은 산속이다.
용궁, 언덕 애, 오두막 Cottage, Rygugake공원산장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만, 이 숙소를 제외하고 특별한 시설은 없었다. 그런데 희한한 점은 龍宮崖公園観光案内所(용궁애공원관광안내소)가 근처에 있다는 것이다. 굳이 별도로 관광안내소를 둔 이유를 못 찾겠다. 하지만 이 안내소가 없었다면 그 날 이 숙소를 못 찾아갈 뻔 했다. 당시 大歩危_Oboke를 본 후 간단히 장을 보고 숙소로 들어가려 했다. 이틀 밤을 묵어야 하니 먹거리가 많이 필요했다. 하지만 가는 도중에 편의점도 없고 마을 구멍가게에서는 장을 보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남쪽 도시 쪽으로 내려가 장을 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高知市_Kochi 까지 내려가게 되었고 왕복 140km, 3시간이 넘는 긴 여정이 되어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날은 어두워지고 강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숙소 근처의 도로는 험한 산기슭을 깍아 만든 왕복 2차선이 확보되지 않은 산길이었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비켜줄 지점을 찾아야 하는 그런 좁은 길. 그런데 네비게이션이 안내한 최종 목적지에는 아무것도 없는 산속. 낭패였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아이들은 겁에 질리기도 했다. 불빛 하나 볼 수 없는 정말 험한 산속, 강한 비, 좁은 길 최악의 조건이었다. 숙소 예약 바우처를 보며 답을 찾다 위 관광안내소의 전화번호를 이용해 찾아갔다. 안내소는 시골집에 딸린 조그만 사무실이었다. 들어가 직원인듯한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숙소 바우처를 보여주니 가는 방법을 설명한다. 당연히 우리는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아주머니는 이내 포기하고 자동차 키를 가져오더니 따라오라 한다. 얼마 가지 않아 곧 숙소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2km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아주머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숙소 주인장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한다. 우리에게 시계를 가리키며 길게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왜 이리 늦었냐, 걱정했다 이런 얘기를 하는 듯했다. 관리동에서 숙소동(총 6개의 독립된 목조 숙소 중 하나)까지 안내 받아 올라가던 길도 역시 매우 구불구불한 좁은 길, 심한 비와 칠흑같은 어둠 속에 올라가다 차 바퀴 하나가 길가 배수구에 빠져버렸다. 다시 한번 낭패. 곧 주인장이 작은 트럭을 몰고 오더니 굵은 각목으로 바퀴를 바쳐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준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튿날 날이 밝은 후 보니 정말 깊은 산속의 숙소였다. 특히 옆 계곡을 구름다리 위에서 바라보니 엄청 아찔했다.
원래 계획은 이튿날 剣山[Mount Tsurugi]에 가서 리프트를 타고 간단한 등산으로 좀 높이 올라가 보려 했으나, 전날 힘들었기 때문에 좀 더 가깝고 편한 모노레일을 탔다. 깊은 숲 속을 천천히 오르내리는 모노레일을 아이들이 좋아했던 기억이다. 도중에 야생 원숭이도 볼 수 있었다. 일본 깊숙한 산속을 여행하다 보면 가끔 야생 원숭이를 볼 기회가 있는데 매우 위험한 동물이니 가까이 가서는 안된다.
剣山観光登山リフト (츠루기산관광등산리프트) http://www.turugirift.com/
奥祖谷観光周遊モノレール (Okuiya Kanko Shuyu Monorail, 오쿠이자 관광모노레일)
琵琶の滝 Biwa Waterfall
숙소 주위의 나름 유명한 폭포. 25m 정도 높이의 그리 크지 않은 폭포이다. 일본은 폭포가 정말 많다. 대부분 100대 폭포 이런 식으로 의미를 붙인다. 비가 많고 수량이 풍부한 일본이라 여름에 가면 대부분 폭포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볼 수 있다.
黒沢湿原 Kurozo Marshland 쿠로조습원
우리 가족은 습지 산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찾은 쿠로조습원. 해발 550m 정도라 시원함도 덜하고 뭔가 장대하거나 신비로운 분위기도 없었던 보통의 습지였다. 짧은 산책만 했다.
http://kurozoumamoroukai.web.fc2.com/index.html
大歩危_Oboke와 小歩危_Koboke, 오보케와 고보케
깊은 계곡 사이로 강이 흐른다. 여름에 유람선과 래프팅이 유명한 곳으로 경치가 멋지다.
이 글을 쓰며 자료를 찾다 발견한 유튜브 영상 하나, 龍宮崖コテージ를 가기 위해 지나가는 32번 도로의 주행 영상이다. 이 길을 폭우가 쏟아지는 한 밤중에 갔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이후로 시골의 어려운 장소를 찾아갈 때는 단순히 주소나 전화번호만 적어가지 않고 Map Code를 확인해 간다. Map Code는 위경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네비게이션 목적지 설정 방법이다. Map Code는 아래 웹사이트에서 얻어낼 수 있다.
'四国Shikoku'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빨간 호박, 노란 호박 보신 적 있나요? 땅속미술관이 유명한 直島_Naoshima (1) | 2023.01.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