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산속을 헤매다 만나는 드넓고 맑은 호수, 동화 속에서 흔히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쉽게 다가갈 수 없기에 더 신비로운 호수인 羅臼湖Rausuko를 2014년 여름 홋카이도 여행에서 찾아 가보기로 했었다. 당시 5살, 8살인 두 딸아이와 함께 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가보자 했다. 우선 아래 Link에 들어가서 이 호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길 권한다. 당시에는 어린 두 아이와 함께 찾아가며 심신이 지쳐 제대로 된 사진도 만들지 못했다. 아래 붙인 직접 찍은 사진에서는 이 거대한 호수의 느낌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日本の世界自然遺産 홈페이지 : https://world-natural-heritage.jp/en/shiretoko/lake-rausu/ - 홈페이지에 저작권을 강조하여 Link만 올립니다.
참고할 만한 웹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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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床自然センター(시레토코자연센터) 홈페이지 http://center.shiretoko.or.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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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床世界自然遺産・知床国立公園 羅臼ビジターセンター (라우스비지터센터) 홈페이지 http://rausu-vc.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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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臼町観光情報 (라우스초 관광정보) 사이트 http://www.rausu-town.jp/
羅臼湖는 시레토코반도의 가운데 부분, 知床峠[Shiretoko Pass]의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知床国立公園[Shiretoko국립공원] 안에 있고 공원 내에서 가장 큰 호수이다. 그런데 접근성이 매우 안 좋다. 知床峠 근처에 334번 도로에 입구가 있는데 이 입구까지 가는 게 만만치 않다. 입구에는 주차할 수 없기 때문에 知床峠나 知床自然センター[Shiretoko National Park Nature Center]에서 노선버스를 이용하여 입구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하루에 딱 네 번뿐이다. 知床峠 주차장에서 3km 떨어져 있지만 고도차도 상당하고 걸어서 50분 거리이다. 당시에 돌아오는 버스 시간을 맞출 수 없어 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노선버스를 타고 입구까지 갔다.
도로에 있는 입구에서 호수까지는 약 3KM 거리이고 표고 차는 80M 정도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고도는 약 700M이지만 높은 위도 때문에 일본 本州의 2,000M와 비슷한 기온이라 한다. 어른에게는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등산로가 아니어서 관목이 우거지면 길은 매우 좁고 바닥은 질퍽거리는 곳이 많다. 목도는 매우 제한적이고 등산로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구간에는 큰 돌을 깔아 놓았다. 왕복 3-4시간을 잡으면 된다고 되어 있었고 중간에 화장실은 없다. 그래서 중간에 携帯トイレブース[휴대 Toilet Booth]를 입구에 回収ボックス [회수Box]를 두고 개인이 가져온 휴대화장실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羅臼湖의 자료를 찾다 보면 매우 강조하는 규칙이 있다. 꼭 장화를 신고 가라는 것이다. 등산로가 질퍽거리는 곳이 많기 때문인데 장화를 신지 않으면 등산로를 벗어나 걷기 마련이고 이는 산림과 습지의 훼손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에는 등산로를 벗어나 샛길로 가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규칙은 외국에서도 잘 따라주는 것이 당연하다. 남의 나라 땅이라고 함부로 한다면 여행을 즐길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 장화는 집에서 챙겨 갔고, 나와 아내는 시레토코자연센터에서 500엔에 대여했다.
시레토코고개에 주차한 후 잠시 주변 경치를 즐기다 버스를 타고 입구에 내렸다. 입구에 안내판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햇살이 따가운 더운 여름날이라 조금은 힘겨운 산행을 시작했다. 호수까지 가는 중간에 총 5개의 연못이 있는데 번호로 매겨져 이름이 一の沼, 二の沼, 三の沼, 四の沼, 五の沼이며 세번째 연못 지나서 작은 습원도 있다. 一の沼는 등산로에서 약간 안쪽에 있는데 접근이 제한된다.
둘째는 아직 다섯 살. 중간에 힘들어하면 업어가며 호수를 향해 간다. 다섯 번째 연못이 가까워 오자 중간중간에 돌무더기가 있다. 패인 등산로에 돌을 깔아 더 이상의 침식을 방지하고자 하는 듯하다. 다섯 번째 연못을 지나면 습지와 비슷한 평탄한 지형이 나오면서 목도를 걷게 되고 저 멀리 호수를 보는 전망대가 보인다. 당시 목도와 전망대의 보수 공사 중이었다.
호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나무 전망대에 올라 땀을 식히며 감상한다. 한 눈에 전경이 들어오지 않는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 摩周湖Mashuko나 屈斜路湖Kussharoko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위압적이지 않으며 평범해 보이지만 예사롭지는 않다. 아이들도 우리도 경치를 즐기며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다시 입구로 돌아간다. 내리막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힘겨워한다. 이젠 큰 아이도 투정을 부린다. 아이들에게는 힘들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입구로 돌아와 334번 도로를 만나니 반갑다. 이미 버스 시간은 한참 지났다. 저 멀리 위로 주차장이 보이지만 차를 가지러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끔 지나가는 차에게 주차장까지 데려 다 달라 부탁해 보려 하지만 네 명이 함께 있으니 차를 잘 세워주지 않는다. 나만 거기까지 가서 차를 가져오면 되니 종이에 “一人”이라 적어 한 명만 태워주면 된다고 알려 본다. 곧 작은 밴 한 대가 멈췄고 시레토코고개 주차장까지만 부탁한다고 영어로 말해본다. 이럴 땐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부부와 아들 둘인 가족이었으며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큰 아들이 약간의 영어를 한다. 내가 타고 나니 안전벨트를 매라고 한다. 역시 일본인. 주차장에 날 내려줄 때 미리 준비한 한국 과자를 간단한 선물로 건네며 고맙다 인사를 다시 했다. 인적이 많지 않은 이런 곳의 여행은 도시 여행보다는 따뜻한 인심을 더 만날 수 있다. 차를 몰고 내려가 아이들을 태우고 숙소로 돌아간다. 시레토코고개에서 자연센터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언제 지나도 참 좋다. 그런데 갑자기 집채만한 사슴이 갑자기 차 앞에 나타나 급정거했다. 다행이 부딪히진 않았다. 일본에서 사슴을 여러 차례 봤지만 이렇게 가깝게 본 적은 처음인 듯하다. 가까이서 보니 꽤 크다. 사슴도 매우 놀랐을 것이다. 잠시 멈췄다 숲으로 들어간다.시레토코 반도에는 특히 곰, 사슴, 여우 등 야생동물이 많다. 운전할 때 속도를 너무 높이지 않는 게 좋다.
羅臼湖는 접근성 때문에 일정에 넣기가 쉽지 않다. 시레토코를 좋아하는 사람은 매우 자주 찾게 될 텐데 매번 똑같은 일정이 아니라 이런 신비의 호수도 찾는다면 순수자연 知床의 참 맛을 더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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