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스키장에서 활강을 즐기고, 지친 몸을 따뜻하고 상쾌한 자연 속 노천탕에서 녹인다면 겨울철의 낙원이 아닐까 싶다. 일본은 눈 많은 고산지대가 많아 좋은 스키장이 많고 어느 곳에나 온천이 있어 이런 휴식을 취하기 좋다고 한다. 하지만 생활인이 이런 호사를 누리기는 쉽지는 않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스키 리조트인 山形_Yamagata 현 자오산 지역은 온천으로도 유명하고 지난 글에서 소개한 お釜_Okama도 명물이다. 이 곳은 여름에 찾으면 스키장의 케이블카를 이용해 높이 올라가 고산 등산을 쉽게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된다. 2006년 아내와 둘이 찾았던 이 곳을 2019년 여름 두 딸 아이와 함께 다시 찾았다.
蔵王_Zao, 신의 이름이란다. 일본에서 흔히 그렇듯, 이 신의 이름도 여러 곳의 지명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자오산이라고 부르는 곳은 蔵王連峰을 말하거나 이 곳 스키장과 온천마을이 있는 지역이다. 자오산이라고 이름 붙여진 봉우리는 없다. 이 지역은 활화산이다. 그래서 오카마에 갔을 때 대피 안내문이 있었던 것이다.
겨울엔 스키장이지만, 여름엔 좋은 산책, 가벼운 등산 코스가 된다. 스키장의 케이블카, 곤돌라를 이용하여 1,660M 높이까지 쉽게 올라가, 1,841M의 산 정상까지 1시간 정도에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산이 높고 활화산 지역이다 보니 그 경치는 우리나라의 산과는 매우 다르다. 물론 한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과 함께 상쾌한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에 선택한 코스는 2006년과 같은 蔵王ロープウェイ [Zao Ropeway]를 이용하여 올라가는 코스이다. 우선 차로 蔵王山麓駅까지 간다. 네비게이션에서 蔵王ロープウェイ를 검색하면 된다. 이 때 蔵王中央ロープウェイ [ZaoChuo Ropeway]와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른 스키장이라고 보면 된다. 당연히 주차장은 한가하다. 地蔵山頂駅 [Jizo Sancho Station]까지 왕복표를 산다. 성인 3,000엔의 작지 않은 요금이다. 위에서 쓸 수 있는 음료 쿠폰을 준다. 외국인이어서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아래 蔵王山麓駅이 해발 855M, 중간의 樹氷高原駅 [Juhyo Kogen Station]이 해발 1,331M이다. 약 7분 만에 올라 가는데 일반적인 케이블카의 모습이다. 이 역에서 다른 건물로 건너가 갈아탄다. 정상 부근 1,661M 높이에 있는 地蔵山頂駅까지는 곤돌라를 타고 올라 가는데 약 10분이 걸린다. 케이블카와 곤돌라 타는 재미도 쏠쏠하여 아이들이 좋아한다. 발 아래에는 스키 슬로프가 여러 갈래로 있다. 아래 지도에서 개략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地蔵山頂駅 (지장산정역)에 내려 밖으로 나와 기대했던 상쾌한 높은 산의 공기로 숨을 크게 쉬어 본다. 일본 여행에서 여름에 높은 산을 매번 찾는 것은 이 상쾌한 공기와 피부에 닿는 바람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역 앞으로 100M 정도 가면 재미난 명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蔵王地蔵尊(ZaoJizo-son, 장왕지장존)이다. 불상은 아니고 지장보살상이다. 좌상인데도 높이가 2.3M 꽤 높다. 하지만 위압적이지는 않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흔히 본 붉은 천을 두른 불상이 모습이어서일까 생각했다. 찾아보니 일본에서는 지장신앙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장보살을 많이 모신다. 특히 지옥 나졸들에게서 아이들을 지켜주는 보살로 받들어지고 대부분 출가한 승려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본 수많은 붉은 천을 두른, 불상이라 생각했던 상들은 모두 지장보살의 상이었던 것이었다. 붉은 천은 옷이 아니라 아이들이 하는 모자와 턱받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근처에는 운을 틔워준다는 의미의 開運の鍾이 있다. 아이들과 재미 삼아 종을 쳐보았다.
이제 정상인 1,840M의 熊野岳_Kumanodake를 향해 간다. 아래 지도는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산행도이다. 시작길이 두 갈래이다. 오른쪽은 작은 봉우리인 地蔵山 [Mt. Jizo]을 거쳐 간다. 왼쪽 길은 산 옆구리로 가는 목도 위주의 길이다. 둘 다 그리 어렵지 않은 길이니 갈 때와 올 때 다른 길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쪽 길은 대부분 돌길이고 중간에 목도도 있다.
20분 정도 걸으니 ワサ小屋跡라는 조그만 공터가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오르막으로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정상 부위는 구름에 쌓여 있다.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약 30분이면 올라갈 것이다.
흐린 날씨는 개지 않고 올라갈수록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는 비옷을 입혔지만 나와 아내는 그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 정상에 대피소가 있으니 마저 올라가기로 했다. お釜_Okama 편에서 잠시 얘기했던 熊野岳避難小屋 (웅야악피난소옥)에 도착하여 비를 피한다. 사진 찍을 경황도 없었다. 역시 높은 산의 날씨는 항상 조심해야 하는데 비옷 챙기는 걸 소홀히 했었다. 대피소는 정상은 아니지만 정상과 거의 같은 높이이다. 약 1,830M.
내부에는 할머니 몇 분이 있었고, 우리 가족이 들어간 이후에도 몇 명의 노인들이 들어온다. 일본의 다른 트래킹 명소와 같이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중 한 명의 할머니가 영어를 꽤 한다.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비는 쉽사리 그치지 않고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내려가는 게 낫겠다 싶어 비가 약간 잦아들었을 때 하산을 시작했다. 원래 날씨가 좋으면 오카마까지 가보려 했었다. 蔵王山神社가 있는 熊野岳 정상도 거치지 않고 바로 내려와야 했다.
다행히 무사히 地蔵山頂駅까지 잘 내려왔다. 비에 식은 몸을 녹이며 아래에서 받은 음료 쿠폰도 쓴다. 휴게소에는 많은 樹氷_Juhyo 사진이 있다. 이 곳의 큰 자랑인 것이다. 겨울에 스키를 타다 이 정상 휴게소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밖의 수빙들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면 그게 바로 극락이지 않을까 싶다. 나무에 얼음이 입혀진 樹氷은 우리나라에서는 상고대라고 하는데, 그 원리는 같지만 사진에 보이는 모습은 좀 다르다. 이 곳의 수빙이 훨씬 풍성해 보이는데 아마 이 곳은 눈이 많아 나무에 상고대가 생기고 그 위에 눈이 덮인 게 아닌가 싶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웹사이트의 사진 몇 장을 아래 붙여 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온다. 중간역인 樹氷高原駅(수빙고원역)은 1,330M의 높은 지대지만 위보다는 훨씬 덥다. 이 역 주위에도 간단한 트래킹 코스가 있고 주위에 도시락을 먹기 좋은 곳도 있다. 2006년에는 아내와 같이 주위를 둘러보았었다.이 곳에서 추천하는 곳은 いろは沼_Iroha-numa이다.
이제 높은 산에서 내려왔으니 온천을 하러 간다. 많은 좋은 온천이 모여 있는 이 곳에서 하나를 골라야 했다. 미리 자오온천 홈페이지에서 점찍어 온 곳은 노천탕 사진이 멋있었던 蔵王温泉大露天風呂 [Zao Onsen Dairotenburo]이다.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홈페이지 사진을 붙여 본다. 실제보다 과장되지 않은 사진이다.
이 온천은 계곡에 있다. 탕에 앉아 팔을 뻗으면 계곡물에 닿을 정도다. 그런데 계곡물도 따뜻하다. 그래서 이 온천에서는 비누와 목욕용품 일체를 사용할 수 없다. 그냥 탕 안에 있다 나와야 한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물소리를 들으며 탕욕을 하니 피로가 절로 풀린다. 탕에는 많은 나뭇잎이 떠 있고 바닥에는 흙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탕에서 나와 출구 쪽에 몸을 헹굴 수 있는 맑은 물이 따로 있다.
참고할 만한 정보는 아래 site에서 찾아볼 수 있다.
- 蔵王町観光案内所 http://www.zao-machi.com
- 자오로프웨이 홈페이지 http://zaoropeway.co.jp/
- 자오온천 홈페이지 http://www.zao-spa.or.jp
여름의 자오도 좋지만, 겨울의 모습과 휴식은 상상만 해도 기가 막히다. 仙台_Sendai 공항에서 2시간 안에 올 수 있는 이 곳은 접근성도 괜찮아 보인다.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좋은 선택일 것이다. 스키에 대해 흥미가 없어진 지 오래지만 목까지 눈에 잠긴 蔵王地蔵尊을 보고, 설빙과 사진 한 장 찍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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