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믹이 지나고 일본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소도시 항공편이 생기면서 静岡_Shizuoka 로 들어가는 여름휴가를 계획했다. 후지산 주위는 전에 둘러봤기 때문에 후지산 북쪽의 山梨県_Yamanashi현 주위 그리고 秩父多摩甲斐国立公園[Chichibu-Tama-Kai National Park]를 가보기로 하고 올라갈만한 산을 찾던 중 발견한 2,601M의 봉우리 北奥千丈岳_키타오쿠센조다케. 그리고 꿈의 정원이라는 예쁜 이름이 붙은 산속에 가보았다.
2,600M를 한 시간 만에 올라갈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등산은 한 시간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높이 올라가야 하는 만큼 뭔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가는 방법은 아래 야마나시시 관광협회 사이트에 잘 나와 있다.
https://www.yamanashishi-kankou.com/nature/%e5%8c%97%e5%a5%a5%e5%8d%83%e4%b8%88%e5%b2%b3/
우선 大弛峠_OodarumiTouge까지 차로 가야 한다.. 위 안내지도에 오오다루미토게는 2,365M 높이로 일본에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라고 한다. 그만큼 가는 길이 험난하다. 야마나시 시내에서 219번 도로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매우 구불구불한 길로 바뀌는데 위 지도에 クリスタルライン [크리스탈라인]이라고 이름되어 있다. 시내를 벗어나 1시간 20분 정도를 구불구불한 산길로 올라가는 것이다. 중간에 琴川ダム[Kotogawa Dam]이 나온다. 이 인공호수의 이름은 乙女湖라 한다. 잠깐 들러 댐과 호수를 둘러봤지만 평범하다. 사무실 건물에 깨끗한 공중화장실이 있으니 산에 올라가기 전 들러 쉬어가는 것이 좋다.
여기서부터는 일반도로가 아니라 林道이다. 지도에도 11인승 이상은 갈수 없고, 포장도로이지만 길이 좁아 마주 오는 차를 주의하며 가라고 안내하고 있다. 실제로 마주오는 차를 피해 멈춰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평일이라면 차량이 많지 않아 괜찮겠지만, 주말에는 꽤 많은 차가 다녀 조심해야 한다. 고개에 올라가면 30대 정도의 주차장이 있다. 하지만 주말에는 차가 많아 길 가에 주차되어 있는 차도 많다고 들었다. 실제 올라간 7월 29일이 토요일이어서 우리도 길가에 주차했었다. 아래 시내는 최고 35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날이었지만 이 고개가 이미 2,365M이니 공기가 매우 시원하고 상쾌하다. 오전 11시 경이었는데 상당수의 일본인들이 이미 산에서 내려와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 고개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꿈의정원 쪽이고 왼쪽으로 가면 金峰山_KinpuSan (2,599M)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이다. 지도에 2시간 반으로 되어 있으니 보통의 성인 남자라면 2시간 정도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오른쪽 꿈의정원 쪽으로 출발한다.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바로 大弛小屋이 나온다. 작고 허름한 집이지만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판다. 바로 계단길이 나온다. 올라가다 보면 계단길과 돌길이 계속되는데 등산로가 깊이 파인 걸 보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등산로라는 것을 알수 있다. 조금 가다보면 꿈의정원으로 가는 길과 정상 쪽으로 가는 길의 분기점이 나오는데 우리는 내려오면서 꿈의정원을 들리기로 하고 바로 정상 쪽으로 향한다. 등산로 주위에 예쁜 꽃들이 져 꽃봉우리들이 떨어지고 있다. 자료에 나오는 ハクサンシャクナゲ [白山石楠花]다. 7월 중순까지 한창이라고 했으니 7월 말인 지금은 그 아름다움을 찾아보기 어렵다. 낯설지 않다. 전에 大台ヶ原_Odaigahara 글에서 소개했던 シャクナゲ [石楠花] 중에서 흰색으로 피는 종이다.
한참 동안은 제법 심한 경사로 올라가고 탁 트인 능선이 나오면서 한숨 돌려본다. 바람은 매우 시원하고 주위 경치는 전형적인 고산지대의 모습이다. 능선길을 조금 올라가면 두 봉우리로 올라가는 분기점이고 나무 벤치에서 잠시 쉬어간다. 오른쪽은 2,601M 北奥千丈岳_Kitaokusenjodake 이고, 왼쪽은 2,592M 国師ヶ岳_Kokushigadake 이다. 힘들어하는 둘째를 놔두고 첫째와 함께 北奥千丈岳에 오른다. 10분도 안 걸려 정상에 도착한다. 역시 높은 정상에 오르는 기분은 뿌듯하다. 누구나 그렇듯 정상에서 주위를 바라보며 머릿속을 비워본다. 정상 표지목에 최고봉이라 써있다. 사실 등산로 경로에 위치한 国師ヶ岳과 金峰山이 주봉이고 이 봉우리는 등산로에서 살짝 옆에 있지만 이 奥秩父 지역에서의 최고봉이다. 정상에서 내려와 国師ヶ岳을 다녀올 예정이었지만, 둘째가 힘들어하여 하산하기로 하였다.
내려오면서는 갈림길에서 꿈의정원으로 향한다. 이름이 참 멋지다. 소개에 이 곳에 큰 화강암군이 있고 바위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꿈처럼 아름답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앉아 쉴수 있는 벤치도 마련되어 있고, 아내와 딸들은 큰 바위 위에 올라 파노라마 전망을 즐겼다. 청명한 하늘과 발 밑으로 펼쳐진 고산의 멋진 푸르름은 언제 봐도 멋지다.
급하게 올라가지 않았는데도 1시간 정도 걸렸다. 안내도 1시간이었는데 조금 빠른 걸음으로 온다면 40분에도 올라올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안내처럼 난이도 초급의 쉬운 등산로는 아니다. 등산화를 꼭 갖추고 올라오는 것이 좋다. 내려오는데는 30분이면 충분하다. 내려와 大弛小屋에서 음료수를 사 마시며 쉰다. 음료수는 냉장고가 아닌 물 속에서 꺼내준다. 하지만 충분히 시원하다. 이 산속에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판다. 일본말로 ソフトクリーム (소후토쿠리무). 산속에서의 아이스크림이지만 아이들은 아주 맛있다고 했다. 주위에 텐트를 치고 야영할수 있는 곳도 몇 곳 보인다.
차로 甲府_Kofu 시내에 있는 숙소까지 두 시간 이상 걸린다. 이제 예전처럼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기는 힘들어 이 날의 일정은 이것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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