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 좋은 곳은 많다. 하지만 웅장하면서 아름답고, 신비하면서도 편안하고, 산과 물뿐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수 시간의 산책이 즐겁도록 한 여름에도 무덥지 않은 곳이 있다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할 것이다.
입시 준비로 여름 휴가를 놓친 큰 아이가 산속을 거닐며 바람 쐬고 싶다고 하여 이번 2024년 10월 개천절 연휴에 여행을 준비했다. 2007년 아내와 둘이, 2016년에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던 上高地_Kamikochi를 다녀왔다. 일본에서도 매우 드물게 문화재보호법으로 지정된 ‘특별 명승’ 그리고 ‘특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인 만큼 손상되지 않은 자연이 환상적인 곳이다. 이전에는 여름에 왔었다. 1,500M 고지대에 있기 때문에 여름에도 그리 덥지 않은 곳이지만 이번 10월 초는 더 좋은 날씨에 다녀왔다.
매우 정말 유명한 곳이다. 이번 방문에서도 수많은 일본인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고, 상당수의 서양인, 비교적 적은 한국인 그리고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중국인을 볼 수 있었다. 가미코치가 왜 유명할까?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1,500M 높이의 산 속을 생각해 보라 하면 험준한 산과 깊은 골짜기 거기까지 올라가기 위해 겪어야 할 고된 등반 등을 떠올리겠지만, 가미코치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고지대 퇴적평야이다. 가미코치를 가로지르는 시내의 이름이 梓川_Azusagawa이다. 이 시내를 따라 大正池_Taisho-Ike에서 横尾_Yokoo 까지의 길이 10km, 폭 1km의 구역을 보통 가미코치라고 본다. 예전에 주위 화산이 터져 시내를 막고 연못이 생기고 흘러내려온 토사가 쌓이고 이렇게 해서 평탄한 지역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가미코치 안에는 시내 양쪽으로 몇 곳의 습지를 볼 수 있다. 가미코치가 있는 곳의 식생을 보면 낮은 곳의 활엽수가 자라는 구역과 높은 곳의 침엽수가 자라는 구역의 경계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나무를 볼 수 있다.
주위의 높은 산과 비교적 잔잔히 흐르는 넓은 시내, 주위의 하천림, 연못과 습지 등 보통의 산에서는 볼 수 없는 경치를 보여주는 정말 멋진 곳이다.
가미코치의 맨 위라고 할 수 있는 横尾_Yokoo 까지는 明神_Myojin에서 왕복 4시간을 더 써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明神_Myojin과 明神池_Myojin-Ike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코스를 잡는다. 우리 가족도 세 번 모두 묘진연못에서 되돌아 왔다. 가미코치에서 둘러봐야 할 유명한 Spot들은 아래와 같다.
[ 大正池_Taisho-Ike ]
연못으로 이름 붙어 있고 연못처럼 보이지만 연못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연못은 1915년 옆에 있는 활화산이 분화해 가미코치를 가로지르는 아즈사가와(梓川)가 막혀 생겼으니 이제 110년 정도 되었다. 그래서 옆의 높은 산들과 잔잔한 물줄기 그리고 화산 분화 때 죽은 키 큰 고사목이 어우러져 멋진 경치를 보여준다. 그런데 위쪽에서 토사 유입이 워낙 많아 빠르게 연못이 메꿔지고 있다. 맨 처음 찾았던 2007년에는 여러 그루의 고사목을 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한 그루만 남아 있었다. 이 고사목마저 없어진다면 이 연못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줄어들 것이다.
[ 田代池_Tashiro-Ike ]
타이소이케에서 조금 올라가면 풍경이 슾지로 변한다. 안내표지를 따라 도착한 타시로이케는 연못이라기 보다는 습지에 가깝다. 이 곳도 역시 연못이 얕아지며 습지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이 연못의 물은 매우 맑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주위 높은 산의 물이 땅속으로 들어가 지하수가 되었다가 다시 솟아 오르기 때문이다. 아래 공식 Web site의 겨울 사진을 보면 환상적이다. 한 겨울에는 올 수 없지만 폐쇄되는 11월 전에 와도 아래 풍경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타시로이케의 안내판의 설명은 예전(설명에는 2차세계대전 이전)에는 배를 띄울 수 있을 만큼의 깊이가 있는 연못이었지만 지금은 습지화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연못 주위를 田代湿原_Tashiro습지라고 한다. 가미코치에서 穂高連峰_Hotaka연봉과 함께 가장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 이 타시로이케라고 한다. 맑은 날이었지만 구름에 Hotaka연봉이 잘 보이지 않아 공식 Web site의 사진을 덧붙인다.
[ ウェストン碑_Weston비 ]
일본 근대 등산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Walter Weston(1861 – 1940)을 기리는 금속 원형 부조이다. 영어 Relief를 그대로 불러 ウェストンのレリーフ라고도 한다. 월터 웨스턴은 1888년에 선교사로 일본에 처음 온 후 원래 취미였던 등산을 활발히 하였고 총 세 차례 방문 중에 일본 각지의 산을 등반했다. 일본 산의 사진을 영국 저널에 올려 알렸고 특히 “Japanese Alps ”라는 표현을 세계에 널리 알린 장본인이다. 일본 각지에서 웨스턴의 기념비, 동상 공원 등으로 기념하고 있으며 웨스턴 축제가 열리는 곳도 여러 곳이 있다고 한다. 이 곳 가미코치에서도 매 해 6월에 ‘가미코치 웨스턴 축제’를 연다고 한다.
田代池_Tashiro-Ike에서 올라와 田代橋_ Tashirobashi・穂高橋_ Hotakabashi 두 개의 다리를 건너면 上高地温泉ホテル(가미코치온천호텔), 上高地ルミエスタホテル(가미코치루미에스타호텔)이 나오고 그 옆에 바위벽에 붙어 있는 웨스턴비를 볼 수 있다.
가미코치 안에 호텔이 있다. 해발 1,500M의 높은 산속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지만, 가미코치 안에는 많은 숙박 시설이 있다. 호텔도 여섯 곳 정도 있고, 랏지(Lodge)도 있으며, 캠핑장도 있다. 한 여름 절경 속에 밤을 보내며 시원한 산바람 강바람을 쐰다면 훌륭한 피서와 휴가가 될 듯하다. 호텔들은 아주 훌륭한 시설은 아니라고 하며 성수기에는 하루 밤에 백만원은 각오해야 할 정도로 가격이 올라간다고 한다.
[ 河童橋_Kappa-Bashi ]
가미코치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다리.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주위 사진을 많이 찍기 때문이다. 주위의 높은 산봉우리들, 맑게 흐르는 아즈사가와,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과 나뭇잎들이 어우러진 멋진 사진을 찍을수 있는 좋은 뷰포인트이다. 이 다리 주위에 호텔, 레스토랑, 캠핑장, 화장실 등이 모여 있어 트래킹 중간의 휴식과 함께 경치를 즐기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갓파바시라고 부른다.
[ 岳沢湿原_Dakesawa습지 ]
갓파바시를 지나 明神池_Myojin-Ike를 가는 길에 나오는 습지. 넓은 습지가 펼쳐 있지는 않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면 습지인줄 모르고 가게 된다. 습지와 함께 흐르는 맑은 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 明神池_Myojin-Ike ]
가미코치를 간다면 여기까지는 가야한다.
그냥 예쁜 연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신사 안에 있는 연못으로 경치만 구경하지 않고 참배를 한다. 穂高神社奥宮의 경내라고 한다. 穂高神社(하타카신사)는 安曇野市(나가노현 아즈미노시)에 본궁이 있는 신사로 가미코치에 奥宮이 있고 또 다른 산 정상에도 별궁이 있어 ‘일본 알프스의 총진수‘라고 불린다고 한다. 여기를 와서 연못에 들어가려면 신사 참배를 위한 입장료를 내야 한다.
明神池_Myojin-Ike는 2개의 연못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一の池와 二の池가 붙어 있다.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것은 1번 연못(一の池) 안쪽으로 목도가 있고, 그 끝에 작은 鳥居(도리이)가 있다. 그 날은 토요일이어서 참배하는 일본인들의 줄이 매우 길었다. 여기에는 항상 작은 배가 있는데 이 또한 신과 관련된 의미가 있으며 매년 10월 8일에 축제가 열리고 이 배를 타고 연못을 도는 의식이 거행된다고 한다.
1번 연못은 조용하고 평안한 느낌이라면 2번 연못은 좀 더 신비한 느낌을 많이 준다. 영화에 나오는 신선의 연못과 같은 느낌이다. 일본에는 수 많은 멋진 호수와 연못 들이 있다. 하지만 이 가미코치의 묘진이케는 좀 더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신사의 경내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오래 머물며 1,2번 연못의 경치와 분위기를 온 몸에 담아 보았다.
위 사진처럼 묘진바시 주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일본인들이 휴식을 취하며 점심을 해결한다. 주먹밥을 먹는 일본인도 있지만, 버너로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는 일본인도 있었다. 우리도 미리 준비해 간 데운 즉석밥과 간단한 반찬으로 점심을 했다. 묘진이케의 신사 경내에 작은 음식점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하고 일식이 입에 안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요기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가미코치의 주요 Spot들을 살펴 보았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가미코치는 보통 묘진이케를 보고 돌아오는 코스로 한다. 아래 안내도처럼 河童橋_Kappa-Bashi를 중심으로 아래쪽의 大正池_Taisho-Ike, 위쪽으로는 明神池_Myojin-Ike를 둘러본다.
위 공식 안내도에서도 위에서 얘기한 Spot 들을 알려주고 있다. 위 안내도에서 왼쪽의 살구색은 スニーカー 可, 즉 스티커즈 가능, 가벼운 신발도 괜찮다는 얘기이고, 오른쪽의 연두색 구간은 トラッキングシューズ 推薦(트래킹슈즈 추천)으로 좀 더 험해진다는 걸 알수 있다. 실제로는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 정도도 괜찮다.
보통 上高地バスターミナル_Kamikochi Bus Terminal을 기점으로 하는데, 오른쪽으로 묘진이케까지 왕복 2시간, 왼쪽 大正池_Taisho-Ike까지 왕복 2시간을 잡으면 된다. 우리는 시간을 좀 아끼고자 버스를 타고 大正池_Taisho-Ike에서 내려 버스터미날을 거쳐 묘진이케를 다녀오는 루트로 잡았다. 사전 계획에서도, 다녀오고 나서도 나의 추천코스는 아래와 같다. 세 시간 정도의 걷기면 충분하니 휴식과 식사 등을 고려하면 네다섯 시간이다.
" 버스 타고 大正池_Taisho-Ike 정류장 하차 - 大正池_Taisho-Ike - 田代池_Tashiro-Ike - 田代橋_Tashiro-Bashi - ウエストン碑_웨스턴비 - 河童橋_Kappa-Bashi - 梓川左岸 - 明神池_Myojin-Ike - 梓川右岸 - 河童橋 - バスターミナル – 버스 타고 주차장 복귀 "
河童橋_Kappa-Bashi에서 明神池_Myojin-Ike까지 가는 길은 아즈사가와의 아래쪽을 걷는 左岸이 있고 위쪽을 걷는 右岸이 있다. 보통은 갈 때와 올 때 다른 길을 택하게 되는데.... 이번에 左岸으로 올라가려다 아래 사진처럼 길이 막혀 어쩔 수 없이 右岸으로 올라가고 내려왔다.
上高地_Kamikochi는 행정구역으로는 長野県_Nagano현 松本市_Matsumoto시에 속해 있다. 가는 방법은 松本市_Matsumoto시에서 또는 岐阜県_Gifu현 高山市_Takayama시 쪽에서 갈 수 있다. 우리는 高山市_Takayama시에 숙소를 잡고 하루 일정으로 다녀왔다. 전 구역이 일반 차량의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버스나 택시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高山市 방면에서 오면 あかんだな駐車場_Akandana주차장에, 松本市 방면에서 오면 沢渡駐車場_Sawando주차장에 차를 세워야 한다. 택시가 편하겠지만 비용을 생각하면 4인이라도 버스가 낫다. 버스는 30분에 한 대씩 있다. 아래 안내에서 자세하게 알아보고 가는 게 좋다.
https://www.kamikochi.or.jp/access/
이전에는 나가노 쪽에서 와서 沢渡駐車場_Sawando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버스를 탔었다. 이 쪽 방문객이 훨씬 많은지 沢渡駐車場_Sawando주차장은 1,2,3,4 주차장이 있다. 버스는 각 주차장을 들러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 간 あかんだな駐車場_Akandana주차장은 조금 더 작고 버스 타는 곳은 한 군데이다.
あかんだな駐車場_Akandana주차장은 平湯温泉_Hirayu온천 마을 바로 위에 있다. 일본에서 트래킹의 마무리는 온천욕이다. 규모가 매우 큰 온천 시설인 ひらゆの森_HirayunoMori에서 온천욕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일본 도시 여행이 아닌, 경치 좋은 명승을 추천하라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이 가미코치이다. 다양한 경치를 즐기며 어렵지 않은 트래킹을 즐길 수 있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명소. 아마 네 번째 방문의 기회를 노년에 만들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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